안녕하세요, 손현녕입니다.

마음이 무너지다 못해 눅진하게 녹아 형체마저 알 수 없을 때, 어떻게든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. 일전에 독자님과의 만남에서 질문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. “심신이 너무도 지친 날에는 집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그럴 힘조차 없어요.”

그럴수록, 그럴수록. 이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. 그 외침은 당연히 저 스스로를 위한 주문이기도 했고요.

좋은 일을 앞두고 마음은 어찌 늘 심란한지요. 좋은 일, 나쁜 일 가리지 않고 이 마음은 언제든 제 멋대로입니다. 독자님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.

구멍 난 마음을 기워준 사람

해야 하는 일들을 모조리 미뤄둔 채 입에 잘 대지도 않는 캔맥주를 치익- 땁니다. 하도 술을 먹지 않으니 사다 놓은 술이라곤 없는데 괜히 열어본 냉장고 저 구석 벽에 330ml 작은 캔 하나가 누워서 저를 가엾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. 컨디션에 따라, 아니 기분에 따라 맥주의 알콜 향이 다르게 느껴집니다. 몇 모금 마시다 말고는 벌러덩 누워서 당장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. 오지